텀블러·에코백 다음을 고민하는 마케팅팀에게
공들여 만든 굿즈가 받는 즉시 가방으로 사라진다. 그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종이를 만지며 찾은 답을 적었다.
기업 굿즈의 운명은 대개 비슷하다. 환영 키트의 텀블러는 서랍으로, 컨퍼런스의 에코백은 옷장으로. 공들여 만들었는데 받는 즉시 어딘가로 사라진다. 부스 뒤에서 그 광경을 여러 번 봤다.
마케팅팀이 진짜 원하는 건 두 가지다. 받은 사람이 실제로 간직하는 것, 그리고 시키지 않아도 어딘가에 올라오는 것. 종이는 의외로 이 두 가지에 강하다.
손이 한 번 들어간 물건
종이 굿즈는 받는 사람이 직접 접어야 완성된다. 번거롭다. 그런데 그 번거로움이 물건의 운명을 바꾼다. 자기 손이 들어간 것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책상 옆에 며칠, 길게는 몇 달을 남는다.
처음 보는 형태라 신기하고, 직접 만들어 뿌듯하고, 움직이니 찍을 거리가 된다. 평범한 컵 사진과 달리 움직이는 종이는 짧은 영상이 되고, 그 영상은 알고리즘을 타고 멀리 간다.
마케팅에서는 이런 걸 사용자 생성 콘텐츠, 줄여서 UGC라 부른다. 회사가 만든 광고가 아니라 받은 사람이 직접 찍어 올리는 콘텐츠다. 만든 쪽의 자랑이 아니라 받은 쪽의 기록이라, 보는 사람도 그것을 광고로 여기지 않는다. 한 사람이 접어 올린 종이 인형 한 컷이 잘 만든 배너 한 장보다 멀리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예산, 다른 도달
굿즈 예산은 대개 정해져 있다. 단단한 물건 천 개를 만들 돈이면, 종이로는 그 몇 배의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 참가자가 많은 행사일수록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더구나 다 쓰면 종이로 버리면 되니, 환경 보고서 앞에서도 떳떳하다.
물론 모든 굿즈가 종이여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눠 주고 끝'이 아니라 '기억에 남기'가 목적이라면 한 번 따져볼 만하다. 잊히는 물건을 많이 뿌리는 것과, 남는 물건을 적당히 건네는 것 중 무엇이 나은지.
오세기 · PE Studio 대표
2013년 Paper Engineering Studio(구 액션크래프트)를 설립해 지기구조 설계 특허 11종을 보유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2회 수상했습니다. 페이퍼토이·팝업북·오토마타 등 움직이는 종이 구조를 직접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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