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텀블러였다 — 지자체 굿즈가 닮아가는 이유
도시마다 캐릭터는 다른데, 굿즈는 어쩐지 다 비슷하다. 수원이와 고마곰을 종이로 옮기며 그 닮음의 이유를 다시 생각했다.
행사장을 몇 군데 돌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도시마다 캐릭터는 분명 다른데, 나눠 주는 물건은 어쩐지 다 비슷하다. 텀블러, 에코백, 키링. 받는 사람도 안다. 아, 또 이거.
지역 캐릭터를 종이로 옮기는 일을 하면서 나는 이 닮음의 이유를 자주 생각했다. 캐릭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캐릭터를 평면에 그대로 둔 채, 흔한 물건 위에 얹기 때문이다.
평면에 머무는 캐릭터
대부분의 지역 캐릭터는 도시 홈페이지와 현수막 속에만 산다. 잘 그려져 있지만 시민의 손에 닿는 일은 드물다. 평면 일러스트는 보는 것에서 멈춘다.
수원시 '수원이', 공주시 '고마곰·공주'를 종이로 옮길 때 우리가 한 일은 단순하다. 평면을 입체로 일으켜 세운 것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가 캐릭터를 보는 것에서 가진 것으로 바꿔 놓는다. 가진 것에는 자리가 생기고, 자리를 얻은 물건은 매일 눈에 들어온다.
텀블러가 매번 선택되는 데도 이유는 있다. 조달이 쉽고, 실패할 일이 없고,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무난함은 담당자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다만 안전한 선택은 대개 기억되지 않는다. 도시가 굳이 캐릭터를 만든 이유가 '기억되기 위해서'였다면, 굿즈도 한 번쯤 그 목적을 따라가 볼 만하다.
같은 예산으로 더 멀리
행사 기념품의 현실적인 고민은 결국 단가다. 텀블러 천 개를 만들 예산이면 종이로는 그 몇 배를 만들 수 있다. 부스에서 직접 접어 가져가는 체험까지 얹히니, 받는 사람에게는 물건이 아니라 잠깐의 경험이 된다.
시민이 대신 찍어 올린다
종이는 받는 사람이 직접 접어야 완성된다. 그 번거로움이 묘한 일을 한다. 자기 손으로 세운 캐릭터를 책상에 올려 두고 사진을 찍는다. 시키지 않아도 올라온다. 정적인 컵 사진보다, 움직이는 종이 한 컷이 타임라인에서 훨씬 멀리 간다.
대단한 전략은 아니다. 다만 도시마다 똑같던 굿즈의 자리에, 시민이 한 번 더 만지는 물건을 놓아 보는 일이다.
오세기 · PE Studio 대표
2013년 Paper Engineering Studio(구 액션크래프트)를 설립해 지기구조 설계 특허 11종을 보유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2회 수상했습니다. 페이퍼토이·팝업북·오토마타 등 움직이는 종이 구조를 직접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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