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라는 말 대신 — 종이로 만든다는 것
친환경이라는 말은 너무 자주 쓰여서 닳아 버렸다. 그 말을 앞세우는 대신, 종이로 만든다는 일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적어 본다.
친환경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자주 쓰여서 닳아 버린 말이다. 제안서마다 들어가고, 어디에 붙여도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종이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친환경을 떠올린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종이를 쓰는 이유를 그 한 단어에 담아 두기는 아깝다.
만들면서 미안하지 않은 재료
작업을 하다 보면 버리는 것이 늘 생긴다. 시안을 뽑고, 샘플을 만들고, 다시 잘라 낸다. 종이로 일할 때 좋은 점 하나는 그 과정에서 마음이 덜 무겁다는 것이다. 잘못 접은 한 장을 구겨 버릴 때, 그것이 수백 년 남을 쓰레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된다.
거창한 신념은 아니다. 그저 매일 재료를 만지는 사람의 감각에 가깝다. 손에 쥔 것이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감각.
사라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오래 남는 물건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물건은 제 역할을 마치면 조용히 사라지는 편이 낫다. 종이는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KAIST와 함께한 교구 작업에서, 아이들이 다 쓴 종이 구조물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답이 단순해서 좋았다. 그냥 종이로 버리면 된다. 만든 즐거움은 남고, 물건은 가볍게 떠난다.
친환경이라는 말을 앞세우는 대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종이로 만든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한 번 손에 쥐어 보면 안다.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료 견적에서 가볍게 물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