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21년 3월 15일
왜 1,000부부터인가 — 소량 제작의 셈법
'열 개만 만들 수 있나요'에 매번 미안해진다. 소량 제작의 단가가 가파른 이유를 셈으로 풀었다.
"열 개만 만들 수 있나요?"라는 문의를 종종 받는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대개는 어렵다고 답한다. 미안한 마음에 그 이유를 정리해 둔다.
첫 한 장이 가장 비싸다
움직이는 종이 한 종을 만들려면 그 전에 도면을 그리고, 칼선을 앉히고, 도무송 틀을 만들고, 색을 맞춘다. 이 준비 비용은 한 장을 찍든 천 장을 찍든 거의 같다. 그래서 수량이 적으면 개당 단가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열 개를 만들면 한 개 값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천 부쯤 되면 그 준비 비용이 여러 장에 나뉘어, 개당 가격이 비로소 합리적인 자리로 내려온다. '1,000부부터'라는 기준은 인심이 아니라 셈의 결과다.
적게, 잘 만드는 방법은 따로 있다
물론 소량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도무송 대신 칼로 자르고, 공정을 단순하게 바꾼다. 수량과 방식을 같이 설계하면 길이 생긴다.
결국 견적은 '얼마예요'가 아니라 '몇 개를, 어떻게'에서 시작한다. 그 질문을 먼저 나누는 편이 서로에게 정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