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부부터 받는 이유
'열 개만 만들 수 있나요?'라는 문의에 매번 마음이 무거워요. 소량 제작 단가가 왜 가파른지, 셈을 그대로 보여 드릴게요.
"열 개만 만들 수 있나요?"라는 문의를 종종 받아요. 마음 같아서는 해 드리고 싶은데, 대개는 어렵다고 답하게 됩니다. 죄송한 마음에 그 이유를 셈으로 한번 풀어 볼게요.
첫 한 장이 가장 비쌉니다
움직이는 종이 한 종을 만들려면 그 전에 도면을 그리고, 칼선을 앉히고, 도무송 틀을 만들고, 색을 맞춰야 해요. 이 준비 비용은 한 장을 찍든 천 장을 찍든 거의 같습니다. 저희 산식으로는 설계비만 해도 구조에 따라 종당 100만~300만 원대이고, 생산 준비까지 더하면 첫 1,000부에 400만 원 안팎이 들어요.
그래서 수량이 적으면 개당 단가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열 개를 만들면 그 준비 비용을 열 개가 다 짊어져야 하니, 한 개 값이 감당하기 어려워져요. 천 부쯤 되면 비용이 여러 장에 나뉘어 개당 가격이 비로소 합리적인 자리로 내려옵니다. 이후로는 1,000부 블록이 늘 때마다 블록당 부담이 200만 원대로 떨어져서, 수량이 많을수록 개당 단가는 계속 내려가요. '1,000부부터'라는 기준은 인심이 아니라 셈의 결과입니다.
적게, 잘 만드는 방법은 따로 있어요
물론 소량이 꼭 필요할 때도 있죠. 그럴 땐 도무송 대신 칼로 자르고, 공정을 단순하게 바꿉니다. 수량과 방식을 같이 설계하면 길이 생겨요.
견적은 '얼마예요'가 아니라 '몇 개를, 어떻게'에서 시작합니다. 그 질문을 먼저 나누는 편이 서로에게 정직해요.
오세기 · PE Studio 대표
2013년 Paper Engineering Studio(구 액션크래프트)를 설립해 지기구조 설계 특허 11종을 보유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2회 수상했습니다. 페이퍼토이·팝업북·오토마타 등 움직이는 종이 구조를 직접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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